Love conquers all... or not.
얼마 전 서로 바쁜 척만 하던 친구들끼리 어렵사리 한 자리에 모였다.
공식적인 노처녀 노총각 반열에 들어선 사람들이 멤버다 보니
대화 내용이 재테크와 결혼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머 이 나이까지 결혼 안한 사람들은 각자 주장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친구들이 하는 얘기 속에서
'~ 때문에 안돼' 라거나 '~는 할 수 없어' 라는 문장들이 유독 크게 들려왔다.
윈칙이 사라지는 포스트 모던의 사회에 살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낭만적 사랑' 을 신봉하는 것이 대세인데
우리들은 그렇게 '사랑만으로는 안돼' 를 구호마냥 외치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 사랑이 밥 먹여 준다고 생각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우리가 느낀다고 주장하는 그 낭만적 사랑이
대부분 호르몬의 폭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과
낭만적 사랑보다는 좀 밋밋하게 느껴지는 '신뢰'나 '편안함'이라는 것이
함께 하는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논문을 쓸 정도로 알만한 나이지만..
그래도..
'사랑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포기해 보았는가'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지는 못한다는 현실을 안다는 사실만으로
사랑은 많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 까지도
편리하게 잊어버리기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는지...
클릭 한번이면
내 기호에 맞는 수많은 상품들을 조회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성품의 세대 속에서
시간을 투자해 서로 만들어가야 할 '관계' 라는 것조차
몇가지 부품으로만 쉽게 조립해 낼 수 있는
DIY 제품 처럼 취급하고 살았던 건 아닐까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