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아직까지도.. 이런 마음일 수 있구나... 흘~

휼리 2003. 5. 22. 19:32

대학교 1학년 때 짝사랑하던 선배가 있었다..
너무 좋아서 좋단 말도 못하고.. 선배 얼굴을 본 날을 운이 좋은 날이라 여기며 지냈었다..
그런데.. 워낙 이런 일은 소문이 잘 나는 법인지..
선배도 알게 되었다..내가 선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글고나서는 그냥.. 내 맘이 내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 선배에게 전달됐다는 생각 땜에,
글구 사실을 알게 된 선배가 괜히 나한테 더 잘해주려 했기 땜에..

선배랑은 조금씩 멀어져 갔다..
워낙 잘 알 기회도 없었지만..

그리고 나는 어학연수를 떠났고,
돌아와서는 학년 차가 벌어져
선배랑 나는 수업시간에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제였던가.. 내가 졸업 전에 취업을 나갔다가
시험 땜에 학교에 들렸던 날이었던가,
선배랑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선배에게..
난 무쟈히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던 거 같다..

하긴 그때는 지금보다 더 이상한 성격이었으니까..

그리고는 또 이렇게 세월이 흘러버렸는데..
그 사이 선배가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정해놓았던
사람이랑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도 같았다..

오늘...
회사에서 친구랑 메신저를 주고 받는데..
친구가 사진 하나를 메일로 보냈다며 확인해보라고 했다..

열어보니..
옛날보다 10kg는 찐 거 같은 선배가 있었다..
친구는 어찌하다가 선배의 홈피를 발견했다고 했다..

조금은 우스운 기분으로,
선배의 홈피를 들려.. 여기 저기 훑어보는데..
마음이 참 이상했다..
그렇게 알고 싶을 때는 알 수가 없더니..
이렇게 우연처럼, 농담처럼 선배가 살아 온 흔적을 훔쳐볼 수 있다니..

첨에는 게시판에 반가운 인사라도 남길까 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손이 키보드 판에 붙어서 움직이질 않는다..

그냥 유치한 감정놀음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아님 `짝사랑`이었다는 데서 아직도 자존심 상해 하는 걸까..?

결국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선배 얼굴만 실컷 훔쳐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