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너무 알아서 이해해 주다 보니...

휼리 2010. 7. 14. 09:01
여기서 같이 일하게 되는 보스의 이름은 Kirsten.

발음대로 쓰자면 커-r스틴 인데
오래 살아 오신 어르신 주재원들은 그 이름에 당췌 적응이 안되시는지
다들 '크리스틴, 크리스틴' 하셔서
대충 '크리스틴' 하면 '커스틴'을 부르는가 보다 하고 지내왔다.

오늘도 주재원 중에 한 분이 '크리스틴' 하고 부르시기로..
마침 멕시코 출장 중이신 커스틴 차장님을 대신 해서
온 지는 얼마 안됐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커스틴 차장님 멕시코 출장 중이십니다!' 하고
좀 떨어진 큐비클에 있는 어르신에게 들리라고 소리를 높여 대답해 주었다.

그 순간,
정말로 '크리스틴' 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가씨 한 분이
살랑 살랑 그 큐비클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내 없는 사이,
이 조직에서는 진짜로 '크리스틴'을 고용했는가 보다.

아무도 내 앞에 대고 웃음을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내 주변에 앉아있던
어림잡아 십여명은 될 것 같은 사람들이 
공중에 떠 다니고 있는 내 대답을 들은게 틀림없다... ㅡ.,ㅡ;;;

어쩌자고 MIS는 나만 두고 다 멕시코에 가버렸단 말인가...
그나마 한 명만 이 구석에 같이 앉아 주었더라면
아닌 척 하고 프로그램에 올인 하며 노트북 쪽으로 수그리고 있는 내 등짝이
덜 민망했을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