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아부지의 난해한 메일..

휼리 2004. 7. 6. 15:35

아부지한테 "엄마"라는 제목으로 받은 메일..


먼옛날 크고 깊은 천둥이 있어 점 네개가 태어났다. 처음에 둘, 나중에 둘.
* *
하나는 땅에,
어차피 사진에 붉은 색일수밖에 없는,그래서 넓게 퍼질수밖에없는, 그런 신세를 갖고 이렇게 태어났다.
내 위에는 무엇이 자랄수 있을까?
푸르지만 이름도 없는 어느 풀? 어쩌면 그냥, 그저그냥 붙어있을수 없어 떨어져 내린 나무 껍대기? 아니면 굵게 자라나는 나무일수도 있지.
그래도 화사하게 웃고 있는 엄마가 있다.
* *
하나는 엄마한테,
크고 깊은 옷속에서 항상 웃어야 하는,그런신세를 갖고 이렇게 태어났다.
그래서 두손을 주머니에 넣고 땅위에 서있다.
점하나였는데...
이제는 나무와잎과 열매와 땅과 같이 이렇게 서있다.
* *
하나는 잎에,
엄마처럼 나도 점이었다.
이젠 점으로 그리고 또 점이합해 사진을 채운다.
좋은데서는 밝게, 한쪽은 어두운 잎이 될수밖에 없는 그런 신세를 갖고 이렇게 태어났다.
나도 언젠가는 큰 옷속에서 웃고 있을까?
* *
하나는 열매에,
열매가 있다.잎속에,엄마뒤에, 땅위에,
나무잎도 떨어지고, 붙어있기 어려운 나무껍질도 떨어졌을테지...
그래도 열매일수밖에없는 그런신세를 갖고 이렇게 태어났다.
나도 화사하게 웃고있는 엄마밑에서 넓고, 붉게 퍼져 나갈수 있을까?

* *
컴퓨터 위에서 빛바랜 종이위에서 오랜지나무를 등지고 엄마가 웃고있다.
엄마가 항상 고맙다
.

 

울 아부지.. 나름대루 대학교때 학보 편집장이었다든데.. 작은아부지가 아부지가 쓴 사설 중에 "PR"이라는 글 읽고 무지하게 아부지가 자랑스러웠다든데.. 훔.. 

맨 마지막 문장밖에 잘 이해가 안되는 딸을 용서해줘유...그래두 아부지, 나는 엄마를 고마워하는 아부지두 고마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