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체이싱 아미 Chasing Amy
전체줄거리
[도그마]의 감독 케빈 스미스와 벤 에플렉의 협력작 중 하나..
'띨띨이와 중독자(Bluntman & Chronic)'라는 컬트 만화로 인기를 얻고 있는 죽마고우 홀든과 벤키는 어느 날 동료 만화가인 알리사를 만난다. 그녀를 보자마자 호감을 느낀 홀든은 작업을 시도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문제는 그녀의 애인 역시 여자라는 점..
친구로 지내기로 한 알리사에게 점점 빠져들어 가는 홀든과, 그런 둘을 바라보면서 알리사에게 질투를 느끼는 벤키. '게이와 사랑에 빠진 죽마고우를 사랑하는 그의 동성친구'라는 이 특이한 삼각관계는 홀든과 알리사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젤루 좋아하는 장면
홀든이 차 안에서 알리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였다면 남자 배우의 솔직하면서도 안타까운 고백에 여자배우는 눈물을 흘리며 그 사랑을 '감사히' 또는 '기꺼이' 받아 들여야겠지만, 알리사는 화를 내며 차 밖으로 나가 버린다. 홀든의 애절한 사랑 고백은 게이인 알리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라는 강요였던 것이다. 간만에 제대로 생각하는 여배우를 볼 수 있어서 이 장면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빗 속 키스 장면 때문에 이 장면이 더욱 좋다. 이들의 키스는 이제 이어질 완벽한 사랑에 대한 전주곡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자신에게 솔직하게 사는 알리사의 용기에 대한 반증처럼 보인다.
주절주절
홀든이 알리사의 처녀성에 집착하는 장면이나, 세 사람의 갈등을 좁히기 위해 쓰리썸을 제안하는 장면을 보다 보면 그는 그저 사랑이 동반하는 고통에 빠진 평범한 남자인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이기적이고 또 위선적이다. 반면 알리사는 매 순간 자신에게 솔직하다. 홀든을 사랑하지 않으려는 것도 게이인 자신에게 솔직한 일이었고, 홀든을 사랑하는 것도, 지금 그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에게 솔직한 일이었다. 그리고 "I'm not your fucking whore!" 라고 외치며 홀든을 떠나간 것 역시, 홀든에 대한 사랑 보다는 자기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에 솔직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위선을 떨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해서 라든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든가, 암튼 셀 수 없는 수만 가지 이유로 나는 내 자신을 바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나도 홀든처럼 언제나 에이미를 놓치는, 그래서 늘 그녀를 쫓아야만 하는 그런 사람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