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 제목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적긴 했으나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게 정리한 사람마다 다른데다가 그나마 젤 잘 알려졌다는 헤로도투스 버전에는 보로부드르가 빠져있으니... 어쨌든 보로부드르는 넓이 124평방 미터, 높이 42M의 구조물로 총 9개 층에 걸쳐 500여 개가 넘는 불상과, 73개의 탑, 그리고 부처의 일대기를 그린 2500여점의 부조가 자리잡고 있어, 세계최대의 힌두사원이라는 앙코르와트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의 불교 사원이다. 사실 건축상으로 보면 앙코르와트는 여러 건물이 연결돼 있는 형태지만, 보로부드르는 단일 사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따져 물으면 보로부드르야 말로 세계 최대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 보로부드르를 세계의 불가사의라고 부르는 것은 그 규모도 규모지만, 사원의 건축에 쓰여진 화산암이 주변 반경 30Km 안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그 이동 방법을 알 수 없는데다가, 누가, 왜, 언제 건축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 천년 동안 이 거대한 사원은 밀림과 화산재 속에 파묻혀 있다가 1800년에 들어서야 당시 자바를 점령했던 영국에 의해 발견되어, 이후 유네스코의 손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보도부드르가 있는 욕야카르타로 떠나려고 보니, 마침 인도네시아의 방학과 맞물려 기존 패키지에서 사용하는 호텔에는 예약을 할 수가 없어서 마노하라 게스트 하우스라는, 사원 가까이의 호텔에서 투숙했다. 이름만 듣고는 비싼 요금에 비해 왠 게스트 하우스.. 하는 억울한 맘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막상 가서 보니 정원도 아름답고, 보로부드르 사원이 호텔 내 어디서나 보여서 나름대로 괜찮았다. 보로부드르에서 보는 일출이 아름답다고 하는데다가, 마침 호텔에서 보로부드르까지 걸어서 5분도 안 된다고 하길래, '그래, 보로부드르에 올라서 태양을 맞아 보는 거야!' 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쯔읍.. 그느무 잠 땜에, "떠오르는 햇살을 맞아 아침 안개 속에서 서서히 그 위엄을 드러내는.." 보로부드르는 보지 못했다.. ㅡㅡ;;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도 현지인이 아니면 가이드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일행을 담당했던 가이드, 깡 인드라는 약간은 느끼한 외모에 무용수를 연상케 하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을 걷는 사람이었는데 한국말을 유연하게 구사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보로부드르에 올라 세계의 불가사의를 함 느껴볼라 했더니 가이드가 나무 그늘로 우리 일행을 부르더니만, 보로부드르는 7세기쯤 자바의 무슨 왕조의 몇대 왕이 부처를 찬양하기 위해 3대에 걸쳐서 50년 동안 세웠으며, 그 1대 왕은 사원이 지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 건너편 산에 기거하며 살다가 점점 산과 동화되었다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를 가볍게 풀어버렸다. ㅡㅡ 사원 건너편에 보이는 산의 모습이 왕관을 쓴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과 닮지 않았냐며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질문하는 가이드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아~~!' 이럼서 접대의 감탄사만 날릴 수 밖에..
곳곳에서 아직까지도 보수가 진행되고 있으며, 마치 경주의 불국사처럼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관광객이 넘쳐나 차분하게 감상하기는 힘들었지만, 몰려드는 사람만으로도 입증되는 그 위용과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이 어울려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 속에 자리매김 했다. 사람을 놀래키거나 흥분시키는 그런 재미는 없지만,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요한 감탄을 느껴보고 싶다면 Candi Borobudur를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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