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one lazy sunday..

휼리 2008. 11. 17. 04:27

감기를 핑계로 느즈막이 일어나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머리 말리기도 귀찮아서 수건을 감은 채 아침을 먹고

밀렸던 미드들을 하나 둘씩 해치웠다.

   

미드 감상이 지겨워질 즈음에는

블로그에 그 동안 쌓아놨던 여행사진들을 올리고

친구들의 싸이에 들려서 사진과 글로 된 안부를 살피고

여기저기 관심 가는 대로 인터넷을 검색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채색이 덜된 그림 속의 한 장면이 된 듯 하다.

   

어느 심심풀이 심리테스트에서 

주로 무슨 내용의 꿈을 꾸느냐고 묻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주로 무슨 내용의 꿈을 꾸더라 생각해 보니

주로 무언가를 하거나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계획을 하거나

어디를 가거나

무엇인가를 찾는 종류가 많았다.

   

지금의 나는 주어진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단순한 일과의 반복 속에 있다.

어쩌면 바쁘게 몰아치는 삶에서 잠시 벗어난 지금의 여유가

이제는 없어져도 좋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자극한 것인지,

아니면 대다수의 평범에서 벗어난 내 삶의 모습이 갑자기 불안해진 건지...

또는 Lord's day였어야 할 오늘을 Sunday로 살고 있는 나에 대해

죄책감이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은 관심들로 엮어져 있는 관계의 타래 속에 들어가기가 귀찮아서

그리고 어차피 문제시 되는 것은 결과가 아니냐며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례를 가벼이 보아 넘기려고 하는 내가

   

몸의 여유를 틈 타고 나서서

내가 사랑해야 할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고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내 일의 결과가 아니라

그 일을 해가는 과정 속의 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조금쯤 밀려버린 하루여서 그렇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