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제일 무서운 건…
오빠 친구가 회사 일 때문에 시카고에 출장을 갔었단다.
워낙 술을 좋아라 하는지라 하루라도 맥주를 안 마시면 아쉬운데
호텔에서 먹는 술은 너무 비싸고 해서
호텔하고 같은 블록에 있는Bar를 소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 소개를 해주시는 분이 신신당부하기를
호텔에서 Bar로 바로 질러 가는 골목길이 있기는 하지만 ( 그 길로 가면 5분)
워낙 이 동네가 갱이 유명해서
해 진 뒤에는 어두운 곳으로 안 다니는 게 이로우니
반드시 큰 길로 돌아서 다니라고 하셨단다. (그렇게 가면 15분)
출장 기간 동안은 그 당부를 마음에 새기며 안전한 길로 다녔지만
출장 마지막 날이 되고 보니
쓸쓸하게 혼자 술 마시고 돌아오는 기분도 그렇고
내일 집에 가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 싶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름길이라던 골목길로 들어섰단다.
채 다섯 걸음을 걸었을까,
골목 반대편에 어슴푸레 한 덩치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데
눈에 힘을 주고 뚫어져라 보았더니
정말 무서워 보이는 흑인 한 명이
거기다가 주머니에 손 까지 의심스럽게 집어 넣고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빠 친구는 순간
사나이 자존심이고 머고 다 버리고
등을 돌려 내빼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밀었다고 했다.
다섯 걸음이면 살 수 있는데…
다섯 걸음이면 빛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데…
그런데…
그 놈의 사나이 자존심이 뭔지,
미국까지 와서 비굴해지기가 싫어서
차마 돌아서지는 못하고
떨리는 발걸음으로 그 무서운 사람과의 거리를 좁혀 가고 있었다.
서로 어느 정도 얼굴을 알아 볼 수 있는 거리가 되자
오빠 친구는 번득, 여기서 밀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자기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눈은 상대방에게서 떼지 않으며 턱으로 살짝 인사를 했단다.
'Hi~' 라고…
그랬더니 전혀 받아줄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상대도
비슷한 포스로 턱짓으로 인사를 하더니
아무 일도 없이 서로를 비껴가게 되었다.
그런데 오빠 친구는 오히려 그 순간이 더 무섭더란다.
금방이라도 뒤에서 칼이 날아올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오면서
뒷목의 솜털이란 솜털은 다 일어서는데
그 놈의 자존심이 또 뭔지
골목 끝까지 뛰어가고 싶은 마음을 겨우겨우 추슬러 한 발자국씩 걸음을 떼었단다.
근데 차마 돌아보고 싶은 마음까지는 누르지를 못해서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 보았는데…
왠걸….!
그 무서워 보이던 상대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골목 끝으로 뛰고 있더란다…
참고로 오빠 친구들은 키는 180 언저리고 다들 한 덩치씩 하는데다가
출장 가셨던 이 분은 얼굴 생김도 남다르다고 하더라…ㅋ
다음날, 회사에 가서 어제 생긴 일을 얘기해 주었더니
회사 분 하시는 말이…
' 아~, 이 동네에서 제일 무서운 갱이 중국 갱이거든요.' 하시더란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