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인도네시아]베짜의 추억

휼리 2004. 7. 19. 23:09

인도네시아에서 한번 쯤은 타봤으면 하는 교통 수단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베짜였다.
베짜는 자전거 앞에 리어커를 연결한 것으루 쉽게 말하면 인력거의 업버젼이라고 할까.

파수루안 공장에 와서 처음 맞는 토요일 오후에,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주변 동네에 놀러나갔다가 베짜를 타보았다.
산책(여기서는 '잘란잘란(Jalan-jalan)'이라고 한다) 하는 셈으로 한 시간 가량 마을을 돌다가
베짜 아저씨를 만나 우리나라 돈으로 450원을 주고 공장까지 20여분 정도를 이용했다.

마을 거리를 달릴 때는 논 녘에서는 노을도 지고, 시원한 바람도 불고,
동네 사람들도 외국인이 베짜를 타니 신기했는지 손도 흔들어 주고 해서 신났었는데,
큰 도로로 나오니 매연도 매연이지만
느리게 가는 우리가 못마땅했는지 경적을 울리며 연신 우리를 추월하는 대형 화물차량과 버스들,.
그리고 틈만 나면 도로를 가로질러 끼어드는 오토바이들 땜에
관절이 하얘지도록 베짜 난간을 붙잡아야 했다.
인도네시아 도로에는 신호등도 별로 없고, 차선도 있으나마나,
도로에 차는 물론이고 베짜에, 오토바이, 마차까지도 두루 섞여 다녀서
웬만한 사람 아니고는 운전하기 힘들다고 한다.
암튼 그 혼잡한 도로를 달리고 있자니 베짜도 아무나 탈게 아니다.

베짜 말고 또 타보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퀵 서비스 같은 오토바이, '바짜이'.
첨에 봤을 때는 길가에 오토바이 세워 놀고 할 일 없는 것 같이 빈둥대는 아저씨에게
왠 아가씨가 가서 말을 걸더니 바로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길래
'오옹??' 하구 눈 크게 뜨고 봤는데 알고 보니 그게 교통수단이래서....^^;

글고 역시 인도네시아에 왔다면 버스를 타봐야지..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폐차했을 것 같은 버스가 검은 매연을 뿜으며 도로를 버젓이 달리는데
절대로 서지 않는다.. 내릴 사람도 뛰어 내리고, 탈 사람도 알아서 속도 줄여줄 때 잘 올라타야 한다.
그리고 그 뛰어올라 타는 와중에 돈도 내야 하고..
웬만한 기술이 아니고서는 안될 거 같아 아직 시도는 못해보고 있는데,
얌전허니 베일까정 두른 여인네들도 폴짝폴짝 잘 오르는걸 보면 생각만큼 어려운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마스크를 준비해서 파수루안 시내까지 다시 베짜를 타고 달려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