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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가사 노동의 자유

나는..
별자리나, 탄생석, 탄생화, 색깔에 혈액형까지
성격에 관련된 해설에 있어서 '자유' 라는 말이 빠진 적이 한번도 없는 데다가,

이런 저런 자료 다 뒤로하고 내 스스로 나를 볼 때도 누가 나한테 무언가를 강요하는 거 무척 싫어라 한다.

교칙이나 사회 규범 같은 건 잘 따르는 편이었지만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일에 버럭 하는 편이 잦다.

   

이번에 출장 때문에 사람들하고 호텔 아닌 호텔에서 기숙사처럼 생활하면서

어쩌다가 며칠 동안 아침 저녁을 4~5인분씩 짓는 역할을 떠맡았드랬다.

   

미국에 출장 갔을 때도 점심과 저녁을 주로 만들어 먹으면서 지냈는데

그때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유가 있었던 반면에

이번엔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이 있었는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편이었다.

그냥 저녁 각자 알아서 먹죠.. 라고 말하는 순간, 얌체족이 되어 버리는 상황..

그게 얼마나 숨막히던지..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그저 팀 웍이 깨지면 힘들어지는 팀원이라는 이유와

내가 여자라서 남자들 보다는 가사노동에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아침을 하고 저녁을 하고..

그리고 아자씨들은 설거지 해주고 식재료 사주는 걸로 자기 역할 다한 양..

모 사오면 무슨 메뉴 해줄 거냐고 묻는 사람.. 정말 얄밉더라..

   

사실 요리나 설거지를 청소보다는 즐기는 편인데도

사람들이 당연히 나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젤 견디기 힘들었다.

불공평하고 억울하다는 느낌.

살짝 이런 얘기 비추었더니 곧바로 손해보기 싫어하는 성격이구나 하는 답이 돌아온다.

그래.. 난 이런 일로 손해 보기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인 게 맞다.

하지만 나도 거기 일하러, 출장으로 간 사람이라구!!

그런 나한테 그런걸 기대하는 사람들도.. 췟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가사노동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거짓말 하고 싶지는 않다.

하기 즐거운 날도 있겠고, 죽기보다 하기 싫은 날도 있겠지.

내가 피해의식에 휩싸이지 않게

'도와주겠다' 고 설쳐대는 오만한 기회주의자 대신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의무가 가능한 한 나의 자발성에 기준해 있다면

몸은 고달파도 맘은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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