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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새해가 시작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회식자리에서는 거부하지 않고 마셨던 술을 끊었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편도 아니었고, (마시면 잘은 마셨지만..ㅋ)

'접대'라는 의무감이 없이는 술자리에 잘 가지 않는 편이어서

스스로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라벨 붙이며 살았던 듯 하다.

그리고 그 라벨마저 떼어버리고 술과의 인연을 모두 청산하기로 결심했다.

   

얼마 전 언니의 생일이라 형부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나의 그 결심을 공표하자

가족들의 반응이 한 마디로 '피식~' 이었다. '니가~?' 라는 눈빛도 함께였다.

   

가끔씩이나마 회식자리를 통해 술 먹는 모습을 보았던 고객사 사람들도

내가 '금주하기로 했습니다.' 했을 때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는데

일년에 한번 정도나 같이 술자리를 가질까 말까 하는 가족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다니..!

   

그건 

'내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나' 대신 '이제까지의 나'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마음대로 해석해서 믿어왔던' 내 모습 때문이었을까..?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는 게 가족이라지만

어쩌면 가족이기 때문에 더 제한된 상황 속에서의 서로만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장점도 단점도 단면적인 것밖에 못보고 살았던 건 아닐까..?

   

내가 아는 나의 가족들은 정말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고 싶을까...?

나는 식구들 스스로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을 참 모습이라며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며 격려해 주는 사람이었던가..?

   

가족이라서 더 조심스럽고 더 힘들 수 있다는 거, 가끔은 너무 잊고 사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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