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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Petite Baguette..?

호텔에서 살면서 조식 중에 젤로 즐겨 먹었던 메뉴는

손바닥만한 바게뜨에 잼과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이었다.

 

출장 막바지에 장기 투숙자를 위한 여관에 자리가 비어서

숙소를 바꾸게 되었는데

아침마다 밥 해먹는 것도 귀찮고

그 자그마한 바게뜨 생각이 갑자기 간절해 져서

여관 앞에 있는 빵집에 무작정 들어갔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운 불어로 빵 하나 못사겠냐 생각하면서...

 

- 봉쥬흐

라고 맞아주는 아지매에게 여유있게 '봉쥬흐' 라고 맞받아쳐 주고..

가게 안을 휘익 둘러 봤는데

아무리 보아도 작은 바게뜨는 눈에 띄지 않았다.

큰 바게뜨를 사먹어도 그만이기는 하지만

바게뜨의 묘미는 역시 갓 구워낸 파삭한 껍질에 있기 때문에

껍질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작은 바게뜨가 꼭 먹고 싶었더랬다.

 

아줌마는 친절하기는 하나 인내심이 점점 사라지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도 마음이 급해져서 아줌마에게 안되는 불어로 물었다.

쁘띠꼬숑이라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쁘띠'라는 말이 '작다'는 의미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쁘띠 바게뜨??

하며 마지막 어미를 올려서 의문문임을 강조해 주었다.

아지매 쪼마 내 발음에 적응이 안되셨는지

-쁘띠 바게뜨??

하며 되물으셨다.

그래서 만국 언어 바디랭귀지를 동원해

두 손바닥을 약간 벌려서 '작다' 는 의미를 강조하며

-쁘띠 바게뜨

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제서야 아줌마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시더라.

 

아항.. 작은 바게뜨는 진열장이 아니라 다른데 두시는 갑다 싶어서

아지매의 행동을 유심히 지겨보았는데..

 

왠걸...

아지매..

긴 바게트를 반으로 잘라 주시는 거다.. ㅠㅠ

그래..

너도 쁘띠는 쁘띠지..

역시.. '미니 바게뜨'로 갔어야 했던걸까.. ㅡ.,ㅡ

 

원래 그렇게 반으로 잘라서 파는게 일상적인 것인지

아니면 외국인인 나한테 과잉 친절을 베풀어 주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반 조각난 바게트를 들고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정확한 이름,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지금이라도 알려조요..!!

 


알아버렸다..

여기 미국에서 어느 상점에 가니 Demi Baguette라고 써 있더라..

근데 왠지 Demi Baguette  라고 하면 빵집 아지매 또 반으로 잘라 줄 듯... 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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