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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사귐의 대화, 기도

... 기도를 응급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응급 사태를 통해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그가 지적했듯이 기도는 깊은 사랑의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귐이 되어야 한다.
 이 사귐안에서 일어나는 대화는 노사 협상 같은 대화가 아니다.
상호 불신, 긴장감, 결사항전식의 태도라면 바르게 기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선의를 깨닫고 나면 그분에게 풀어 놓으려고 했던 말 보따리를 치우게 된다.
그리고 이제 기도자는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한다.
참된 믿음은 이 때 형성된다. 그러면 서서히 할 말이 생긴다.
이는 과거처럼 시간을 때우는 빈 말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담은 말이 아니다.
침묵 후에 마음에서 일어나는 말은 짐심을 담은 말이며 하나님의 뜻을 담은 말이다.
기도자는 이 말로써 하나님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 대화는 마치 상담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는 기도자에게 긴장감이 있을 수 없다.
이번 대화에서 무언인가를 이뤄야 한다는 결사적인 태도도 없다. 느긋하고 편안하다.
그 상태에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 하나님과 상담을 한다.
실제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결코 서로 말하려고 다투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화한다.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정직하게 알리고 상담자의 의견을 구한다.
많은 경우, 내담자는 상담자의 말에서 해답을 얻기보다는 자신의 말 속에서 스스로 해답을 발견한다.
그런 일이 기도에서도 일어난다.

내담자는 상담을 통해 상담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려 하지 않는다.
상담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는 쪽은 내담자 자신이다.
기도자가 하나님게 영향을 주려 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있는 쪽은 기도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하늘 보좌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해야 한다.
영국의 성격학자 윌리엄 바클리(William Barcley)는 [골로새서 주석]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을 아는 끊임없는 지식으로 충만하기를 구하는 데서 시작한다.
기도의 최대 목적은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이다.
기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시게 하기 보다는 우리가 하나님께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도는 우리의 바람과 생각을 하나님께 강요하는 것이 아닌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 김영봉의 사귐의 기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