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둘이서 봉숭아 물을 들였다.
엄마가 밭에서 따온 봉숭아에 백반을 넣고 콩콩 찧어서
딱 손톱만한 크기로 떼어 올려놓고는
콩잎으로 싸고 비닐로 또 싸서 명주실로 동여매었다.
하루 밤을 자고 나니
엄마랑 나 모두 노을 빛 고추장이 묻은 것만 같은 손가락 네 개씩을 갖게 되었다.
요새는 가루로 나온 봉숭아가 있어서
혼자서도 매니큐어 바르듯이 깔끔하게 물 들일 수 있다고도 하던데..
내 손가락을 물들여주는 우리 엄마의 바램처럼,
오늘 나와 엄마의 손가락을 물들인 봉숭아가
다음에는 나랑 내 딸,
그리고 그 딸과 또 그 딸의 손가락을 물들이고
서로의 마음까지 그렇게 같은 색깔로 물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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