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봉숭아..

엄마랑 둘이서 봉숭아 물을 들였다.

   

엄마가 밭에서 따온 봉숭아에 백반을 넣고 콩콩 찧어서
딱 손톱만한 크기로 떼어 올려놓고는
콩잎으로 싸고 비닐로 또 싸서 명주실로 동여매었다.

   

하루 밤을 자고 나니
엄마랑 나 모두 노을 빛 고추장이 묻은 것만 같은 손가락 네 개씩을 갖게 되었다.

   

요새는 가루로 나온 봉숭아가 있어서
혼자서도 매니큐어 바르듯이 깔끔하게 물 들일 수 있다고도 하던데..

   

내 손가락을 물들여주는 우리 엄마의 바램처럼,
오늘 나와 엄마의 손가락을 물들인 봉숭아가
다음에는 나랑 내 딸,
그리고 그 딸과 또 그 딸의 손가락을 물들이고
서로의 마음까지 그렇게 같은 색깔로 물들였으면 좋겠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도 괜찮아..  (0) 2006.07.25
바람..  (0) 2006.07.24
내 열심의 이유라..  (0) 2006.07.21
최선을 믿다..  (0) 2006.07.19
Focal Practice  (0) 200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