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아니 할 수 있었음 하고 바라는 것이 많다.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 나오는 커피점 주인아저씨 처럼 베토벤의 대공트리오에 대해서 연주자별로 구분해 가며 그 느낌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으면 하고,
어느 멋진 와인 소믈리에처럼 여러가지 와인의 독특한 맛을 알 수 있었으면 하고,
매트릭스의 숨겨진 메타포들을 보는 대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하고,
또는 '앨리어스'의 제니퍼 가너처럼 자기 한 몸쯤은 거뜬히 지켜낼 수 있는 힘과 기술을 지녔으면 한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이 곧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하고 싶은 것'이 '할 수 있는 것'과 딱히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머랄까, '열정'이랄까 또는 쉬운 대로 '체력'이랄까 하는 중요한 부분이 차츰 옅어져 가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머리가 나빠서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갈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일 근본적인 이유는 게으름이겠지.. 그것이 정신의 문제든, 육체의 문제든..
점점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는 걸 보고 있자니 왠지 내가 인생을 적당히 포기하는 거 같은 서글픔이 생겨나서 오늘도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데어데블의 제니퍼 가너'(사진출처 : 엠파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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