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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시리즈]Medium



제목 'Medium'은 현세와 내세의 중간에 있는 영매들을 가르키는 단어로

한국에서는 '고스트앤크라임' 이라는 국적 없는 제목으로 바뀌어서 케이블에서 상영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벌써 4시즌이 방영되고 있는 인기 드라마다.

   

주인공 알리슨 드부아(Allison Dubois)는 세 딸을 가진 엄마로서 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현실이나 과거의 사건에 대해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꿈을 꾸는 능력이 있다. 대학 때 법을 전공했던 경력을 살려 피닉스 주의 검사장 실에서 인턴쉽을 하는 도중, 꿈을 통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게 되고 결국은 사건이 생길 때 마다 그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를 쥐게 된다.

알리슨 역을 맡은 패트리샤 아데퀘트는, 코트니 콕스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에서 만나 결혼한 데니스 아데퀴트와 남매지간 사이다. 얘길 듣고 보면 남매끼리 닮은 것 같기도 하고..ㅎ

   

요샌 미국에서 영매나 유령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가 보다.

크리스챤의 입장에서는 그닥 달갑지 않은 현상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내가 이 드라마를 끈질기게 주욱 보고 있는 이유는 매 회의 일관성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드부아 가족 때문이다. 알리슨의 개성 강한 세 딸, 애리얼과 브리짓, 마리의 일상적인 역할도 꽤 매력적이긴 하나 역시 나의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항공 과학자인 남편 조와 알리슨의 관계.

   

   

지극히 미국적이면서도 지극히 이상적인 가족을 꾸려나가고 있는 이 두 사람.

이상적이라고 해서 둘이 언제나 웃어주고 행복하고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곧 서로를 죽일 것 같이 말싸움을 벌이고 차문이나 방문을 쾅쾅 닫고 때로는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까지 치닫기도 하지만 그런 모든 싸움의 저변에는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고 애정이 있다.

   

갑자기 통보된 조의 해고와 알리슨의 보스의 직위해제로 집 안에 돈을 벌어올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된 상황에서 조는 아이들의 대학 학비로 모아 놓은 돈을 특허 개발을 위해서 사용하기를 원하고 알리슨은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에피가 하나 있었다.

그 말다툼을 통해서 조는 결국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알리슨에게 자기의 의지를 관철 시키려고 하는데 그때 알리슨의 대사가 대충 이렇다.

- Jo, don't go. Don't do this. I know you are mad at me. But can you be just mad at me here?

   

자존심이라는 게 얼마나 알량한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싸움에서조차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리슨의 이 자존심을 내어 던진 솔직한 고백이 얼마나 조에 대한 알리슨의 사랑을 보여주던지.. 머 결국 조는 소파에서 잠을 자기는 했지만 그래도 알리슨의 사랑만큼은 의심하지 않고 잠을 청하지 않았겠나 싶다.. 훗.

   

제작 측에서 고려했던 미디엄의 주제는 사건을 해결하는 영매인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이 드부아 부부에게서 상대에 대한 솔직함, 신뢰 그리고 이해를 배우다 보니

시즌이 계속 되는 한 중독에서 헤어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