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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Lost in Living..

내가 다니던 유치원 생일파티에는, 
생일자들이 한 명씩 앞에 나가 마이크를 들고 파티에 온 여러 부모님들과 손님들 앞에 서서 

'나는 나는 되겠어요~~' 라는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그 날은 나도 생일자 중에 껴 있던 터라 황금색 종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씩씩하게 사람들 앞에 섰는데..

그만 '나는 나는 되겠어요.. XX이 되겠어요' 라는 가사에서

저 무엇 무엇을 결정하지 못해 한참이나 그 첫 구절을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렇게도 되고 싶은 게 많았다.

의사도 되야 할 거 같고, 선생님도 되야 할 거 같고,

대통령도 되야 할 거 같고.. 결국은 담임선생님의 -지금 생각하믄 참 이상한 제안이었지만-

어설픈 충고에 따라 나는 여군이 되겠노라고 노래를 불렀었다.

(여군!! 도대체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거지..? 지금이라도 따지고 싶다고요!!! ㅡㅡ;; ) 

그리고 나서도 왠지 그것으론 양이 차지 않을 거 같아 집에 와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마법사가 되겠노라고 결심했던 기억이 있다. 마법사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었나 보다.

   

얼마 전 주일 설교에서 목사님께서 '여러분은 꿈이 있으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식상하게 들릴만한 질문이었지만 나이 서른이 되고서 그런 질문을 받고 보니

나에게 아직도 꿈이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반문이 생겼다.

세상의 시야에서 보면 서른이면 이제 무언가를 이뤄야 하는 나이고,

그렇다면 꿈이라는 게 이미 현실이 되었어야 한다는 얘기일 텐데...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꿈' 이란 것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꿈이 뭐니?' 라는 질문에 어떤 아이인가가 '저는 훌륭한 사람이 꿈이예요' 라고 대답한다면

어른들은 무언가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이란 이처럼 '직업과 관련한 무엇인가가 되는 것'에 제한되고 마는 게 아닐까.. 

이런 꿈은 그 특성상 사회진출과 함께 사라져 버리게 된다. 

   

나는 지금 꿈의 공황기를 살고 있다.

삶에 낙이 없다던가 기상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내 삶에 꿈이 없음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식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굳이 우겨보자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여행이나 다니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런 희망을 실질적이게 하는 구심점이 없다.

그래서인지 내 희망들은 그 고유의 행복감을 동반하지 못하는가 보다.

   

바울은 하나님 안에서 예수를 푯대로 삼아 경주하는 것을 인생의 꿈으로 삼았다.

그래서 크리스챤들에게는 예수님과 가장 닮은 모습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런 광범위하고 고차원적인 꿈을 품은 크리스챤이 되지는 못한 거 같다.

그런 목표 보다는 오히려 실질적이고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그런 목표들이 아직은 더 효과적인 동기부여를 한다.

어쨌던지 간에 자신의 삶을 두고 하나님과 씨름했다가 골반 뼈까지 부러져 버린 야곱처럼은 못 된다 해도,

적어도 인생을 통해 내 꿈은 이것이었노라고, 그 꿈을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비전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한다.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So Be Ambitious In 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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