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가 다 가면 사회에서 여자로서의 나이는 끝이라며 엄마가 억지로 떠넘긴 선 자리에 나갔다.
가기 싫긴 했지만 그래도 성의 없이 나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리랜서인 나에게는 낯 설은 정장에 가깝게 자켓도 입고,
검은 바지에 깔끔한 아이보리 폴라 스웨터를 매치했다.
결막염 땜에 자제하던 콘택트 렌즈도 끼고, 엷은 화장도 했다.
머리는 여성성을 강조한답시고 생머리를 늘여 트려 귀 뒤에 가지런히 꽂았다.
머.. 상대방의 정장에 비하면 내가 쫌 캐쥬얼 했던 건 사실이지만..
며칠 뒤 자리를 주선해준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고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아줌마는 사람은 첫인상만으로는 모르는 거라면서 연락 오거든 다시 만나라 간곡히 얘기하시는 겸에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예의도 있는데 치마정장에 드라이라도 하고 나가지 그랬니.. 하셨다.
내가 운동화에 츄리닝 바람으로 나간 것도 아니고..
여태까지 선 자리에 정장 입고 나온 사람은 보지도 못했는데
나이 서른이면 선에 대한 새로운 룰이 적용되는 건지..
내 참.. 기분 씁쓸해서..
그래도 엄마의 오랜 친구이신 아주머니 성의를 봐서 연락 오면 만나겠다고는 했는데..
속으로 '내가 예의 없으면 댁은 재수 없으셔..' 하며 잠자리에 누웠더니
마음에 독을 품고 자서 그런지 된통 몸살 감기에 걸려버렸다..
어제부터 내리 꿀꿀하다.. 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