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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무의식의 의도

삐질이가 치과에 가던 길에 오랜만에 소꿉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서로 살기가 힘들어서 이런 저런 일로 소원해진 친구였다.

소꿉친구가 반가워하며 전화번호를 물어보길래 자기번호는 넙죽 알려주고

친구번호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네가 먼저 문자를 보내면 되지 않겠냐고 만 했단다.

그러고선 나에게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자기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는데...

돌아서고 나서야 미안하고 섭섭한 생각이 들더란다.

   

나도 가끔은 그런 일을 한다.

하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했던 일들을..

머리는 알고 있으면서 그냥 그대로 해버리고 말 때가 있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무슨 화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식이 있는 와중에도 무의식이 나를 지배하듯이 그런 일을 할 때가 있다.

   

어쩌면 그건..  내가 무시하려는, 외면하려는 또 다른 내가

나에게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원해진 친구에게 섭섭했던 내가, 하지만 더 나은 나를 위해 무시해버렸던 내가

나보고 자기 마음도 알아달라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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