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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She looks angry..

프로그램 로직에 대해 다른 개발자랑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나는 최적이라고 생각해서 제안한 로직인데

그 개발자는 그닥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나를 찾아왔다.

점심을 같이 먹잔다.

   

그 중의 한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다른 친구에게 얘기했다.

"She looks angry.'.

   

난 그닥 화가 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어쩌면 조급해져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로서는 최선의 의견이 수긍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면서 화가 나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사실 충격이었다.

그래..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 '훌륭한' 의견이 무시당하고 있음에 화를 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 말 싸움이 잘 되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일상적인 의견 교환뿐만 아니라

서로의 감정이 얽히는 말싸움에서도

관계를 종식시키는 파괴적인 방향보다
서로의 다름을 배워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건강한 말싸움이 가능한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어쩌면 나 스스로가 건강한 태도를 익히지 못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의견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게 어떤 의미로든 나를 조급하게 만들고 짜증나게 한다는 건

궁극적으로 내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반증일 게다.

사실 다른 사람이 내 의견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인데

그가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가 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게다가 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없는 프로그램 로직에 대한 의견일 뿐인데...

   

지나가는 말로 던진 동료의 한 마디가

모르고 지나갔을 내 모습을 보게 해준 운 좋은 하루였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이런 유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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